4차 추경안 7.8조여 원이 국회를 통과하였다. 4차 추경 재난지원금의 내역을 보면 소상공인·중소기업 긴급피해 지원 3.8조 원(377만 명), 긴급고용안정패키지 1.4조 원(119만 명), 저소득층 생계지원 패키지 0.4조 원(89만 명), 긴급돌봄지원 패키지 2.2조 원이다.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논란 끝에 선별지급 방식으로 결정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는 집권당 대표의 말처럼 더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은 지원을 위한 방안이었다.

이번 재난지원금의 지급방식을 지난 1차 때와는 달리 선별주의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재정부담으로 보인다. 추경안 총액이 지난 1차 때의 50%에 불과하다. 모든 국민에게 국가가 조건 없이 급여를 제공한다는 개념은 아직은 낯설다. 소득은 열심히 일한 대가라는 '노동윤리'와 복지급여는 기여한 바에 따라 받거나, 결핍과 빈곤이 입증될 때 받아야 한다는 '복지급여 원리'가 여전히 강력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로봇, 인공지능, 빅데이터, 무인화, 사물인터넷 등은 인간의 입지를 점점 좁히고 있다. 산업전반에 인간의 직접적 노동 없이 생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그에 따라 개인들은 임금노동을 통해 소득을 버는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 기업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50조 원에 육박하며 제조업의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보다도 높다. 그렇지만 네이버의 고용 인력은 현대자동차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산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은 인터넷 공간을 장악하고 있다.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의 방문과 검색, 주문, 업로드 등을 통해서 빅데이터를 생산해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의 기여를 통해 만들어진 빅데이터는 기업 이윤의 원천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윤은 기여자들에게는 돌아가지 않고 기업에게 독점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은 "한 개인이 이룬 성과의 90% 이상이 축적된 사회자본(지식, 사회제도 등)에 따른 것"이라며 사회에서 창출되는 새로운 가치는 모두 앞선 세대들과 동시대인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터넷 포털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와 같이 누가 얼마만큼 기여했는지 가릴 수 없고, 특정인의 성과로 귀속시킬 수 없이 만들어진 부가가치를 공유부(共有富, common wealth)라고 한다. 공유부는 온전히 혼자서 만들어내지 않고, 두 사람 이상이 함께 만들어 낸 부(富, wealth)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유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전반에 걸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에 의한 소득을 정당한 것으로 보는 노동윤리와 기여와 필요의 원리가 적용되는 복지급여 원칙은 고용의 질을 담보하는 완전고용을 전제로 하지만 21세기 들어 완전고용을 담보할 수 없다. 더욱이 기술발전으로 과잉 발달한 자동화 기술은 일자리를 급속히 사라지게 하고 있다. 또한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고 고용계약에 기반하지 않는 독립노동, 모호한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재난지원금이 불로소득처럼 느껴지지만 공유부 배당으로 유형화한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가치를 모두의 몫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정의의 관점'과 공유부에 대해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연대의 관점' 속에는 기본소득의 특징인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이 내포되어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더욱 희소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적어도 일자리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것이라는 예측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의 도입을 고민해보자. 코로나19로 전국 가구에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은 '현금복지'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경제정책과 복지정책을 구분하는 인식을 넘어 '공유부'에 대한 권리로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고려해보자.

(칼럼위원 임창주 서영대학교 교수)

저작권자 © 파주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