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어머니집에 타는 냄새가 난다 딸이 전화, 밥먹다 달려가 목숨 구해

"119에 연락할 겨를도 없이 연기가 자욱한 주방을 향해 연신 물을 끼얹었습니다. 옷깃으로 입을 막고 안방에 있는 어르신을 부축해 무조건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무작정 연기 속으로 뛰어다니는 동안 연기를 흡입해 목이 컬컬하고 가래가 새까맣게 나왔지만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니 그저 다행이라고 말한다.

조리읍 오산2리 이규신(남, 61) 이장이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이는 이규신 이장이 지난 10월 1일 추석날 가족들과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는 앞을 못보시는 어머니 김모씨(88)로부터 집안에 타는 냄새가 난다고 전화를 받았으나 자신이 멀리 있어 갈 수 없으니 이장님께 확인을 부탁한다는 딸 송모씨의 전화였다.

이규신 이장은 직선거리 400~500m, 돌아가면 1㎞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느낌이 이상해 지체될 것 같아 차를 타고 한걸음에 달려갔다.

철대문을 억지로 열고 현관에 들어서니 이미 연기가 자욱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한쪽에서 불빛을 발견하고 자욱한 연기속을 뚫고 수도꼭지를 찾아 물을 받아 계속 뿌려 불길을 잡았다.

이후 사방창문을 열고 안방을 살펴보니 김모씨가 옷깃으로 입을 막고 벽을 보고 실신해 있는 것을 발견, 무조건 밖으로 업고 나와 진정을 시켰다.

"몇 초만 늦었어도 큰 화재로 이어지는 상황이다보니 119에 전화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불길을 잡고서야 비로소 119에 전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규신 이장의 발빠른 대처로 생명을 살리고 화재도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김모씨는 큰아들 집에서 살다가 2년 전 이곳에 내려와 혼자 살고 있었다. 그날도 큰아들이 이곳에 들렀다 처갓집에 간 사이 불이 난 것이다.

김할머니 남편은 참전용사로 보훈처에서 도우미가 오는데 이날은 추석 연휴다보니 할머니 혼자 계시다가 이 사단이 나고 말았다.

그 이후 김 할머니 가족들은 이규신 이장에게 어머니의 생명을 구해주신데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였다.

이규신 이장은 그 일을 겪은 후 며칠동안 꿈속에서 불을 끄는 꿈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를 겪기도 했지만 마을 살림을 하면서 또한 순간적인 기지를 발휘해 한 주민의 소중한 생명을 살린 생명의 은인이 된 것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네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규신 이장의 이러한 미담은 더욱 많은이들에게 큰 울림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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