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기록에 의하면, 1576년 이탈리아의 팔레르모 지역의 보건 관료들이 전염병 기간에 사용한 중요한 세 가지 도구가 있었다고 한다.

바로 ', , 그리고 교수대'였다. 오염 가능성이 있는 물품을 소각하는 불, 그리고 방역을 위한 비용을 의미하는 금, 그리고 마지막으로 당국의 명령을 거부하는 자들을 처형하는 교수대. 아주 오래전부터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다는 이유로 피지배자들을 통제하는 시도는 있어 왔다.

코로나19를 간단히 진단하는 신속진단키트는 이미 한국에서 개발되어, 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전시에 방역물품은 당연히 국가적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방역을 이유로 초법적인 조치를 반복한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2020년 대한민국의 방역은 '재난 문자', '재난 지원금', 그리고 '광화문 차벽'이 떠오른다. 21세기의 ', , 교수대'라고 할까. 역사는 반복된다.

과연, 우리는 언제까지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할까.

에릭 시걸의 [닥터스]는 하버드 의대 신입생들에게 홈즈 학장이 인사말을 하면서 시작된다. 학장은 칠판에 26이란 숫자를 쓴다.

"여러분, 이 숫자를 머릿속에 새겨두십시오. 지구상에는 수천 가지의 질병이 있지만, 의학적으로 치료법이 실증된 것은 26가지 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가 추측이죠."

소설의 배경은 1958. 의학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으나, 사실 정복된 질병은 많지 않다.

1941212. 43세 경찰관 앨버트 알렉산더는 페니실린으로 치료받은 최초의 인간이 되었다. 2개월 전 장미 덤불에 얼굴을 긁혔는데, 상처가 덧나 고름이 흘러나오며 왼쪽 눈을 도려내야만 했다. 감염이 뼈까지 파고들어간 절박한 상태에서,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 치료가 결정되었다.

19441120. 20대의 젊은 여성 패트리샤는 폐결핵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고, 인류 최초로 항결핵제인 스트렙토마이신을 투여받게 된다. 결국, 결핵은 완치되었고, 무사히 퇴원하였다. 결혼하여 아이 셋의 엄마가 되었다고 한다.

감염병과 싸움에서 기념비적인 사건들이다.

바이러스와의 전쟁도 인류는 끝내 해결책을 찾아내어 왔다. 80년대 공포의 질병이던 AIDS는 이제 몇 가지 항바이러스제를 동시에 사용하는 칵테일 요법으로,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수준으로 위험도가 떨어졌다.

2020년 노벨의학상은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의학자들에게 돌아갔다. 1989년 발견된 C형간염도 치료가 어려웠던 질병이었다.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로 치료했지만, 6개월간 매주 1회 주사를 맞아도, 겨우 절반만 치료되던 실망스러운 시절이었다. 2000년도에 경구제제가 나오기 시작하며, 제약회사의 연구와 자금이 집중되었고, 불과 1-2년 사이에 경쟁적으로 우수한 약제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 8주 치료에 99% 완치의 결과를 보인다.

나는 인류가 이성을 통해 무한한 우주를 탐험하고 연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인류는 이성을 통해 세상을 진보시킬 수 있으며, 보다 높은 목적에 따라 진보에 참여하게 된다고 믿는다.

의학의 역사에는 감동스런 인류의 승리가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도 승리할 것이라 조심스레 전망한다.

그러나 상당한 기간이 걸릴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혹여, 우리 세대에는 이루지 못할 수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방법을 찾아낼 것을 굳건히 믿는다.

그런 '믿음'으로 ', , 그리고 교수대'를 이겨내기를 희망한다.

(칼럼위원 이근만 연세믿음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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